끝이라는 선이 보여야만 , 그제서야 마음이 급해지고 아까워지고 애틋해지고 소중해지고, 이런 마음은 나만 그런걸까. 아님 유독 내가 심한걸까. 도서관 책 반납일이 코앞까지 가까워져야 그제서야 책을 피는 것처럼, 여행이 끝나는 날이 가까워져야만 더 열심히 즐기는 게으른 여행자처럼, 떠날날이 가까워지니 이제서야 이곳에서의 시간들이 아까워 죽겠다. 고질병이라면 고질병, 아무튼 이제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었으니 , 그동안 못 즐긴거까지, 빡세게 즐겨줘야지
살다보면 좋은 날도, 싫은 날도, 좋은 것도, 싫은 것도, 좋아하는 사람도, 싫어하는 사람도 항상 함께 하게 된다. 싫어하는 부분만을 생각하면 괴로워지기때문에 그 안에서 어떻게든 좋은 것을 찾아보는 거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해낼 수 있게 만드는 것. 너무 싫지만 그 안에서 조금이라도 좋아하는 부분을 찾아내서 극복해보려고 애를 쓰는 것. 그러면 조금은 해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때문에. 이런 식으로 버티고 이겨내는 거다. 예를 들면 비가 오는 날은 너무 싫지만 그럼에도 비가 오는 날 마시는 커피는 더 맛있으니까 , 비가 오는 날 가면 좋은 단골 카페 하나 정도는 마음 속에 새겨두는 것. 모처럼의 귀한 휴가에 앞이 안 보일 정도로 비가 쏟아져 내려 바다 풍경은 커녕 도로의 차선 조차 가늠하기 힘든 어두운 ..
햇살이 내려 앉은 발은 따끈따끈 구워지는 것 같고 시원한 바닷 바람에서는 소금기가 느껴지고, 휘날리는 머리 카락. 담아도 담아도 절반도 안 담기는 풍경에 성에 차지 않지만, 그럼에도 행복은 가득 full 매일 매일 조바심 나도록 드는 생각은 더 즐기고 부딪히고 경험하고 싶다는거. 내가 남들보다 더 가진건 자유와 시간뿐인데... 이렇게 시시하게 보내는건 돈다발을 쌓아두고 쓰지 못하는 부자 같은 느낌. 시간 다발 , 자유 다발 가득 쌓아두고 , 흐르는 강물에 그냥 떠내려보내는 기분..하루 하루 1분 1초 더 즐겨줄테다. 여행지에서의 소중하다 못해 조급해지는 그 시간들처럼.
12월을 기점으로 모든 것을 정리하고 ~ 남쪽으로 내려와 대부분의 시간을 칩거 생활하듯 집에만 있고, 그 와중에 시간이 아깝고, 그런데 내가 지내고 있는 이곳이 차가 없이는 움직이기 힘든 곳이라, 장롱면허인 나는 바깥을 돌아다니기 힘들었고 그래서 더 무기력하고, 춥고 울적하고, 무엇을 하며 이 아까운 시간을 보낼지, 작년 12월부터 참 많이 힘든 시간을 보낸 거 같다. 그냥 맘 편히 몸 편히, 쉬고 놀기만 하면 되는데 그것도 쉬운 일이 아니더라. 뭐가 그렇게 초조하고 고민되고 마음이 힘들었는지 세상 제일 팔자 좋아야 하는데 스트레스로 인해 귀에 이명 비슷한 것까지 와서 이비인후과를 다녔을 정도이니.. 성격이 팔자-라는 이야기는 정말이었다. 내 성격이 내 팔자를 피곤하게 하고 있었다.(문제는 이것을 다..
우연히 예전 여행 사진들을 보니까, 내가 저런 때가 있었지, 일 년에 반 이상을 해외에 있거나, 거의 더운 나라에서 얼마나 뺀질 나게 슬리퍼 하나 신고, 열심히 돌아다녔던가. 그렇게 살았던 때가 꿈결처럼 아득하게 멀게만 느껴진다. 잠시 이렇게 코로나로 모든 것이 멈추고 나니 여행이 나에게 얼마나 중요했는데, 내 삶에서 여행이라는 것이 빠져버리니까 ,, 텅 빈 것 같은 기분도 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별일 없이 살아가는 걸 보면 또 신기하기도 하고... 여러 가지를 느끼게 한.. 징글징글한 코로나 시대였던 거 같다. 다시 곧 떠날 수 있고 억눌렸던 것이 터져나갈 순간이 오면, 그때를 위해 준비할게 뭘까? 제일 중요한 건 시간과 돈!!! 이겠지 ?!그런데 이 2개가 항상 같이 준비되기가 왜 그렇게 힘든지,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