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더 기록하기

2022. 5. 5. 15:41Here

 

 

 

 

#기록하기로했습니다

요즘 읽고 있는 책, "기록하기로 했습니다

" 모르고 고른 책인데, 읽다 보니 내가 좋아했던 책 "좋아하는 걸 좋아하는 게 취미"작가님이셨다. 요즘 글을 쓰는 것, 책을 읽는 것도 제대로 해 본 게 언제인가 싶다. 억지로라도 해야 하는 숙제가 없어서일지도 모르지만, 억지로라도 조금씩 기록을 하면 좋을 것 같은데, 시간도 많은 요즘.. 오히려 책도 글도 멀어지고 있는 것 같다.

 

예전, 아주 예전에, 10대부터 다이어리에 집착이 심해 기록하고 꾸미고 계획하는 것을 좋아했었고, 그게 20대가 되면서 온라인의 발달로 블로그나 커뮤니티에 여행기나 짧은 기록들로 남기다가 요즘은 그것마저 시들해졌었고, 그나마 올해부터 다시 한량의 삶이 되어 시간이 많아져 그나마 다시 블로그를 하고는 있지만, 블로그 포스팅과 내가 생각하는 내 이야기, 기록과는 거리가 멀어서..

그래서 가끔 솔직한 내 생각, 내 하루하루, 그때그때의 생각의 조각들을 기록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고 해서 가끔 나만의 비밀 일기장 같은 공간에 중얼거리듯 적기도 하지만, 그래도 뭔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나는 끈기가 부족하고, 그때그때 즉흥적으로 활활 불탔다가 사라졌다가, 또 새로운 것에 꽂혔다가, 또 며칠 안 갔다가 이런 성향이 강한 듯하다. 매년 새 다이어리를 몇 권씩 사는 것도 그렇고, 새 노트, 새 수첩을 사서 제일 첫 장에 별것도 아닌 다짐을 적고 나면, 새하얀 도화지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느낌이랄까, 이제 뭐든지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상쾌함이랄까,,, 그런 기분으로 사버린 노트, 다이어리가 수십 권.. 이제 어느 정도 자아성찰을 해서, 아니면 쌓인 수첩들에 죄책감 덕분인지 조금 그 짓은 덜하게 되었지만...

 

#내 인생의, 여행의, 추억 포털 검색 사이트 - 블로그

그래서 어찌 보면 내가 제일 오래, 그래도 유지한 것이 이 블로그가 아닐까 싶다. 생각해 보니 중간중간 권태기처럼 몇 년씩 안 쓴 적도 많았지만 그래도 이 블로그에 어느 정도 내 인생이 녹아있다. 사적이고 공유하기 힘든 일들은 물론 없지만 그래도 특히 여행의 기록들은 내 기억보다 100배 정도는 자세하게 남겨져 있다. 몇 년 안된 유럽 여행기조차도 지금 읽어보면, 내가 이 기차역에 가서 이렇게 기차를 타고 이동했다고,,,? 이때 비행기가 아니라 버스를 타고 이동했었나,,,? 싶을 정도로 까맣게 잊어버리는 기억들이 자세하게도 남아있다. 대만 친구가 카톡으로 오늘 간 카페를 보내주면 내 블로그 안에 같은 카페의 기록이 남아 있어 1초 컷으로 찾아서 나도 간 곳이라 공감하기도 하고.. 어제는 우연히 다른 것을 찾다가 오빠랑 엄마랑 다녀온 푸껫 여행기를 보았는데 세상 다른 사람 같은 텐션, 성향의 여행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내가 아닌, 전혀 모르는 스무 살 남짓 아가씨의 코믹 발랄한 여행기를 읽는 것처럼 새롭고 놀라울 정도 (하기야 그게 벌써 한 15년 전 여행이니, 그때의 빛나던 나는 그렇게나 발랄하고 신나고 그랬었음을...) 그때는 네이버 블로그보다 여행 커뮤니티에서 열심히 여행기를 공유하던 시절이라 그 커뮤니티의 여행기를 그대로 복사해서 블로그에 붙여 넣었는데, 그 커뮤니티는 이제 사라져 버려, 복사한 사진들도 사라져버렸다. 글만 덩그러니 남아버렸지만 그럼에도 그 생생했던 기록들을 보니 그때의 기분이 어제처럼 되살아났다. 내가 이랬다고,,, 이렇게 신났다고,,, 이렇게 열심히 계획했다고,,,? 물론 수많은 기록 중에 흑역사도 많지만 그래도 이 안에 나도 잊어버릴 정도로 작고 소중한 기억의 조각들이 가득하다. 무엇이든 찾아보면 남아있다. 내 인생의, 여행의,, 추억 포털 검색 사이트랄까.

아무튼 지금의 내가 보는..... 스무 살 남짓의, 여행이 전부이던, 여행을 너무나 사랑했던 그 아가씨(!)의 여행기가 그렇게나 자세하게 남아 있는 게 참으로 다행이고 기록해둔 나에게 칭찬을 하고 싶을 정도

 

#조금 더 기록하기

지금은 무엇이든 리뷰에 가깝지만, 그때는 정말 여행기였다. 진짜 여행을 했고, 우당탕탕 실수도 하고, 뜻밖의 행운도 만나고, 날것 그대로의 여행이랄까. 이제 나이가 들어, 세상이 좋아져, 종이 지도를 가지고 길을 헤맬 일도, 언제 올지 모르는 버스를 기다리는 일도, 언제 어디서나, 지구 반대편에서도 인터넷이 팡팡 터지니 서로 연락이 안 돼서 일이 꼬이거나 엎어지는 일도 없으니 우리의 여행은 너무나 정확하고 확실하고 조금은 재미가 없어지기도 한 것 같다. 어떤 면에서 나의 세대는 종이 지도, 종이 가이드북을 들고 여행을 했었다는 경험치에서는 자부심, 그리고 헤매던 추억이 있다는 것에 뿌듯함도 있다. 구글맵이 없이 여행했던 시대가 있었다고!! 마치 우리 엄마가 전화도 티브이도 없이 살았던 그 옛날 시절을 이야기하듯이 말이다.

아무튼. 며칠 전 본 '나의 해방일지'에서 구씨가 그랬다. "내 나이 아흔이면, 지금이 어린 시절이야" 그래 맞네. 또다시 십 년 후, 이십 년 후 내 추억 포털 사이트에서 추억들을 뒤적뒤적 찾아보면서 웃을 수 있도록 조금 더 기록해 봐야지. 물론 너무나 사적이거나 우울하거나 궁상스러운 글은 나의 비밀 저장소에 적을 테지만..^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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